
출생아 수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키즈산업은 오히려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면서다. 이른바 ‘골드키즈(Gold Kids)’ 현상은 키즈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부모들은 이제 자녀를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VIB(Very Important Baby)’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키즈산업은 저가·대량 소비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프리미엄·맞춤형 소비가 주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출산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키즈 관련 소비가 줄지 않는 배경에는 ‘지출 집중’ 현상이 있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친인척까지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여는 ‘텐포켓(10 Pocket)’ 소비 구조가 보편화되면서, 아이 한 명당 소비 규모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키즈산업을 단순한 생활 필수 시장이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유아동 의류, 유모차, 육아용 가구 등 주요 품목에서 고가 제품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키즈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프리미엄화다. 명품 브랜드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잇달아 키즈 라인을 강화하고, 백화점 유아동관은 성인 명품관에 버금가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모차·카시트·유아 가구 역시 고급화가 뚜렷
하다. 안전 인증, 친환경 소재, 디자인 완성도를 앞세운 고가 제품들이 부모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가격보다는 안전성과 신뢰, 브랜드 스토리가 구매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MZ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키즈산업은 기술과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류·용품 중심 시장을 넘어, 돌봄·교육·안전 영역에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 IoT 연동 유아용 가전, 디지털 교육 콘텐츠, 키즈 전용 디바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키즈테크는 단순 제품을 넘어 아이의 성장과 생활을 관리하는 솔루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키즈 소비에서 캐릭터 IP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와 용품은 아이의 흥미를 끌 뿐 아니라, 부모의 감성 만족과 SNS 노출 욕구까지 동시에 충족시킨다.
이에 따라 키즈산업에서는 기능성과 함께 디자인, 스토리, 감성 요소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짧은 유행 주기와 빠른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 기획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프리미엄 키즈 소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 안전성과 품질이 검증된 키즈 상품은 동남아, 중동, 미주 등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 최근에는 국내 키즈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며 ‘K-키즈’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즈산업을 저출생 시대 한국 소비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아이 수는 줄었지만, 한 명에게 집중되는 소비가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